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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칼럼] 일미일락( 日味日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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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1-08 11:15 조회14,6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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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칼럼] 일미일락( 日味日樂 )

 

  • 일미일락(日味日樂). 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은 이 단어는 ‘먹고 즐기는 하루’라는 의미로 서울 언주중학교의 3학년 학생들이 만들어낸 신조어이자 프로그램 명칭이다. 2014년 처음 실시된 일미일락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3학년 학생들에게 소그룹 현장학습과 다양한 예체능수업 등의 문화체험으로 구성된 학생 자치활동이다. 언주중 3년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졸업여행을 떠나는 대신, 주체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으로 마지막 중학교 생활을 뜻깊게 보냈다.

    필자가 우연히 방문했던 언주중의 11월 교정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열기가 사뭇 뜨거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중학생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날 이전에는 ‘쉰세대’답게 ‘김정일이 대한민국 중학생이 무서워 전쟁을 못 일으킨다’는 우스갯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요즘 중학생을 천방지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온전히 학생들이 주도한 장기자랑 시간을 ‘직관’하면서 절로 감탄이 나왔고, 잠깐 구경한다는 것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말았다. 어느 아이돌 못지않은 노래와 춤 실력, 매끄러운 진행, 그리고 객석까지 질서정연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선생들은 일절 간여하지 않은 채 학생들 스스로 주도적이고 치러냈다는 점이다.

    일미일락은 이런 ‘예능’뿐 아니라 ‘교양’이나 ‘학습’ 차원에서도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인격성장을 목표로 하는 까닭에 독서활동이나 남산둘레길 걷기, 뮤지컬 관람 등 학생들이 직접 제안한 알토란 같은 아이디어로 이뤄졌다. 심지어 학생들이 교실에서 원하는 음식을 직접 준비 및 요리하고 함께 나눠먹는 ‘먹방’도 있었다. 얼마나 맛있고, 즐거우면 일미일락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겠는가? 일미일락에는 자율성, 리더십, 협동심, 창의력, 인성교육 등 교육에서 강조하는 좋은 것들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언주중의 일미일락은 공교육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정해진 일정을 따르는 졸업여행은 견문을 넓힐 수는 있겠지만 그 활동에서 학생은 객(客)에 머물고 만다. 일미일락은 이러한 수동성을 타파했다는 점에서 작지만 혁신의 시작인 셈이다. 미래의 인재와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은 구호나 이론이 아닌 이런 현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자뿐 아니라 일미일락을 직접 본 어른이라면 누구든 버릇없고, 동티나는 중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인격체로 바뀌는 인식의 변화를 느낄 것이다. 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 시기에 꼭 필요한 학교교육이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언주중의 차유민 학생회장은 “학우들과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자율성은 물론 책임감, 협동심을 실천했고 자신감도 키울 수 있었다”며 “각 학급에서 직선제로 선출된 학급회장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발전적인 토론을 통해 하나의 목표를 만들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생만 있고 스승은 없다’라는 한탄이 낯설지 않은 요즘 일미일락은 주목할 만한 학생자치실현이다. 장학사 장학관을 거쳐 언주중에서 두 번째 교장을 맡은 유종도 선생님은 학생자치를 자신의 교육관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라, 그리고 꿈과 미래를 위해 땀을 아끼지 말라.’ 유 교장의 교육지침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두 문장을 모두 담고 있다. 단순한 구호나 선언이라면 모순어법으로 일축될 수 있겠지만 유 교장은 현실에서 일미일락을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에 충실하라’는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가장 잘 실천하는 셈이다. 제2의 일미일락, 제2의 언주중이 속속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유범진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 이사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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