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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리랑 응원단, '민간 외교관'으로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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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7-28 09:33 조회15,2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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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24 17:16:17, 수정 2014-07-24 17:16:17
2014 브라질 월드컵 축구가 얼마 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최선을 다했지만 애초에 목표로 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4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원정에서 달리 주목을 받은 이들이 있었으니, 12번째 선수인 바로 ‘아리랑 응원단(단장 권태균, 옛골토성 대표)’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아리랑 응원단의 역사는 무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부터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올림픽과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 참여해왔다. 우리에게 친숙한 ‘붉은 악마’의 원조격인 셈이다. 현재 제3대 단장인 권태균 단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한·일 공동응원단을 조직해 응원단을 이끌고 있다. 현재 유명국,김태화, 정연수씨 등 사회 각계 인사 30여명의 회원이 열성적으로 활동중이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6년 독일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 모두 참여해 응원전을 펼쳤다.

낯선 해외원정을 떠나는 만큼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다. 한국축구 최초로 동메달을 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와 이번 브리질에서도 꽹과리, 북 등 응원도구 반입의 금지로 짝짝이를 신발 형태로 개조해서 신고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에도 대표팀 감독이었던 홍명보 감독의 부모님과 동행해 함께 응원을 펼쳤다. 또한 우리나라가 영국을 꺾고 4강에 진출하자 훌리건들이 난폭한 행동을 보였는데, 같이 흥겹게 거리응원을 했던 외국 응원단들이 보호해줬던 일도 있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응원단 권단장을 비롯한 약 20여 명으로 구성되어 비행기를 세번이나 갈아타고 총 35시간에 이르는 대장정의 원정길이었다. 아부다비까지 9시간을 가서 4시간동안 대기하고 다시 상파울루까지 15시간을 날아갔다. 거기서 또 2시간을 대기한 후 첫 경기가 열리는 쿠이아바까지 이동해야 했다.
브라질에서도 소도시인 쿠이아바에서는 호텔이란 곳이 우리나라 여관급 시설의 숙박업소인데다 먹을 것도 여의치 않아 현지에서 밥솥을 구입해 라면을 끓여먹었다고 한다.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개로 인한 비행기 연착사태가 일어나 호텔 경유도 못하고 바로 경기장으로 이동할 뻔한 일도 있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현지 응원연습은 빠트리지 않았고 첫 경기 알제리전에서 패배한 후에도 역시나 거리응원은 이어졌다.

특히 권태균 단장은 홀로 꽹과리를 들고 알제리 응원단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그들이었지만, 점차 권 단장의 꽹과리 소리에 맞추어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어느덧 ‘코리아-알제리’를 같이 외치며 신나는 응원을 펼쳤다. 승패를 떠나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권 단장 특유의 열정과 오랜 경험이 만들어낸 명장면이었다.

필자도 2012년 런던 올림픽 최초 축구의 동메달을 획득 했을때 권태균 단장과 함께 응원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뇌리에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경기 후 경기장밖에서 꽹과리를 치면서 수많은 외국인들을 주도하는 모습은 마치 신내린 사람과도 같다. 눈을 감고 입을 반쯤 벌린 채로 무아지경에 빠져 꽹과리를 치면 주변에 수천명의 외국 응원단들이 모여 그의 꽹과리 장단에 맞춰 울고 웃으며 물결치듯 움직임을 보였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 애국 아닌가?

겉으로 보기에는 신나게 응원하고 즐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여러가지 애로사항도 많다. 해외원정에 따른 비용이 어마어마하여 이번 브라질 때는 개인당 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자비로 감당해야 했다. 여담이지만 모 방송국 연예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과 가족들까지 제작비를 들여 경기를 관람했는데, 후에 방송을 보니 경기내용보다도 가족들 모습만 화면에 계속 나왔다. 무엇을 위해 그러한 편성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아리랑 응원단은 원정을 떠나기 한달 전부터 모여서 매일같이 응원연습을 한다. 권 단장은 장소와 식사를 직접 제공하고 응원도구와 응원복장 제작 등에도 힘쓴다. 점차 국제경기에서 응원도구의 경기장 반입 금지가 강화되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몇가지 응원도구를 숨겨 들어갔지만 결국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압수당했다고 한다. 이억만리 타국까지 응원도구를 가져갔지만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빼앗긴 심정이란---!

권 단장은 과거 런던올림픽에서 ‘독도세리머니’로 인해 동메달을 정식으로 목에 걸지 못한 박종우 선수를 위해 20일간 광화문에서 1인시위를 벌여. 시민들에게서 10원씩을 모아 동메달을 직접 제작했다. 공식행사 없이 올림픽 동메달을 전달받은 박종우 선수에게 제대로 된 수여식을 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비록 16강 진출의 염원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우리 응원단의 열정과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주고 각국의 응원단과 우정을 쌓은 점 만큼은 여느 월드컵 때와 다름없었다. 권 단장은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응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들 응원단이야말로 외교관보다 더욱 빛을 발하는 민간외교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2번째 선수인 아리랑 응원단이야 말로 애국심은 국가에서 훈장을 열번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유범진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 이사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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